2023. 2. 27. 14:38ㆍ카테고리 없음
산행시작: 05시 20분
산행종료: 10시 10분(권금성)
산행거리: 2.3 km
산행시간: 4시간 50분
최고고도: 732 m
최저고도: 200 m
=========================================================================
설악동 일주문에서 산행 시작 (05시 20분) - 비룡교 건너서 바로 산길로 진입 - 안락암 (09시 40분) - 권금성 (10시 10분)....................
나뭇잎사귀 푸른 계절에만 올라갔었던 권금성 북면을 통해 숙자바위로 가볼까 해서 산행 코스를 잡았는데, 권금성 북면이 응달이지만 고도가 낮아서 적설량이 적을 것으로 판단하였는데 고도가 높아지면서 거의 수직에 가까운 벽면의 오목한 지역으로는 허벅지까지 쌓인 눈 때문에 위험스럽고 험한 길을 겨우 뚫고서 안락암에 올라가게 되었네요.
초반에는 적당한 눈으로 급하지 않은 길을 따라서 올라갔지만 중간부터는 직벽에 가까운 길을 따라서 올라가는데 눈이 없을 때에는 길이 없거나 희미하고 경사가 급하지만 헉헉거리면서 무난하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인데 전부 눈에 덮혀버리니 길은 사라지고 눈만 덮혀 있는 북면은 그야말로 하얀 벼랑과 같았습니다. 조금 올라가면 계단이 나오고 그러면 좀 나아질까 생각했는데 올라갈 수록 적설량은 많아져서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러셀해가면서 겨우 올라가는데 오히려 안락암 옛계단이 나타나는 부근에서는 적설량이 더 많아지고 계단도 찾기 힘들어서 막판 안락암까지 1-200 미터 남은 구간을 두 시간은 걸려서 올라간 것 같네요. 위험스럽게 겨우 올라왔으나 포기하고 다시 하강하기에는 더 위험스러워 방법이 없어서 그저 위만 바라보면서 어렵게 눈을 파헤쳐 가면서 올라갑니다.
겨우 안락암에 안착하게 되는데, 평소는 1시간 반 정도에 올라오는 길인데 4시간 20분이라는 긴 시간을 걸려서 겨우 올라왔네요. 거리는 2키로인데 마치 20키로를 걸은 듯 체력이 소진되어 기진맥진.. 그래도 사고 없이 무사히 올라왔으니 마음 속으로 깊은 안도와 감사를 드립니다.
안락암에서 기진맥진한 몸뚱아리로 잠깐 쉬면서 정비하고는 다시 권금성에 오르니 이미 시간은 10시가 넘어가고 시간이 늦어서 권금성 초소에는 국공 직원이 이미 나와 있어서 초소를 넘어갈 수도 없습니다. 우회해서 눈길을 뚫고 넘어가서 집선봉에서 바로 소토왕골로 하산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 또한 눈이 많아서 힘들거라는 생각으로 포기하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가기로 하는데, 매표소에서 케이블카 입장표를 분실했다고 핑계를 대면서 다시 표를 구입하겠다고 해도 매표소 검표원이 우리들의 정체를 눈치 채고 절대 안된다고 버티니 권금성에 고립된 처지가 되어 버려서 난감해 이리저리 생각해보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길이 있다고, 어쩐 일인지 권금성에 올랐을 때 장도리님 커플을 만나게 되고 그래서 케이블카 매표소에서 장도리님에게 연락을 해서 케이블카로 내려가게 되면 입장표를 구입해서 올라오는 관광객에게 전해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장도리님이 내려가서 고마운 관광객에게 부탁을 하여 그 관광객이 표를 갖고 올라와 그 표를 받아서 권금성을 탈출하게 됩니다.
여러가지로 힘든 일을 겪었으니 이른 시간이지만 바닷가 회집에 가서 쉬다가 오기로 하여 설악항으로 이동하여 강박님이 왕복 택시 대절하여 커다란 대광어를 주문하여 바닷가 옆에서 회로 배를 채웠는데도 회가 반 정도는 그대로 남을 정도로.. 이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강박님에게 감사 드립니다.
늦은 겨울... 설악산에서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새로 느끼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하였던 세 분 험하고 위험스러운 힘든 코스 빠져나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힘들었지만 오랫토록 기억에 남을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